
섬세하게. 강렬하게.
시간이 좀 흐르긴 했지만.
박민규의 신작 <핑퐁>이 창비에 4번 연재되고 끝났다.
한150페이지 남짓? 중편 정도 분량이 될 것 같다.
이걸 여기다 올리고 싶었는데 인터넷에서 텍스트를 구할 수가 없었다...
걸작은 안되도 평범은 훨씬 뛰어넘는 작품인데...
간단히 요약해서 지구의 운명에 대한 이야기다.
왕따 고등학생 둘이 지구의 운명을 모색하는 이야기.
거기에 끼어드는 끊임없는 잡설.
온갖 종류의 잡설. 탁구의 역사와 헬리혜성과 공룡에 대한 잡설.
백낙청은 박민규의 이 잡설이 시적 에너지를 갖춘 언어의 연쇄라고 했고
또 대부분의 평론가들은 그의 서사구조가 기본적으로 우화에 기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이상한 얘기를 하면서 현대사회에 대한 교훈을 준다는 얘기.
사실 이 두가지의 만남, 이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메시지, 사회성, 현대사회, 이런 코드들은 소설이 예전에 포기한
<사회의 총체적 재현> 혹은 <사회에 대한 직접적 개입>이다.
언어의 연쇄는 당연히, <늘어선 사물들의 이미지>라고 할 수 있겠지.
박민규에게 있어서 이 사물들은 동시대의 것이라기 보다는
조금은 시간이 지난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중반 정도에 이르는
지금 20대-30대 초반이 기억할만한 공통감각이다.
부글부글 응축되어서 폭발을 기다리고 있는 세대의 문화적 에너지라고 할까.
무엇보다 결론이 맘에 들었다.
인류를 몇 만년에 걸쳐 언인스톨해버리겠다는 야심찬 계획.
말콤X의 눈물나는 투혼.
지구와 인류가 주고받아온 듀스.
먹이를 주는데로 똑같이 리시브하는, 조건반사의 쥐와 개.
소리높여 지구를 정복하겠다거나 인류를 멸망시키겠다고 얘기하면 망상이 되지만.
나직하게 그말을 읊조릴 때는 최고 수준의 비판이 된다.
이 문명은 총체적으로 썩었고 뿌리부터 부정당해야 한다.
그것도 톡탁거리는 탁구를 통해서.
나는 과대망상증자.
크고 총체적인 시도가 좋다.
깔끔하게 각론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보다
성글더라도 세상 전체에 대해서 하는 얘기가 좋다.
지금 많은 사람들의 멘탈리티가 유아의 그것이라고
- 그러니까 자기 좋은 것만 아이 좋아하고 듣기 싫은 얘기는 관심없어 하는,
자신의 영역에 민감하고 남이 침입하면 신경질을 내는 -
한 어느 누구-_-?의 지적에 공감한다.
유아들에게 말을 거는 방법은 두 가지인데
때리거나(옳지 않고 힘드니까 이건 아웃)
미친듯이 떠벌이는 거다.
미친 래퍼, 예언자, 과대망상증자, 광대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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