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컴퓨터에 담아 놓았던 글들을 아이팟을 통해 새 것으로 다 옮겼다. 스누나우에 썼던 기사나 그 외 매체에 썼던 것이나 개인적으로 썼던 것이나 레포트들인데, 자연히 손길이 가게 되어서 한 동안 이것저것 들춰보고 있었다.

상당히 얼굴이 화끈거렸다. 누가 쓴 것인지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는 글도 상당수인데, 그것들의 대부분은 학점이 안 나와서 요즘 재수강하는 수업 레포트로 쓴 것들이다. 문장은 내용에 대한 지식이 없다는 것을 감추기 위해 과도하게 부풀려져 있었다. 누가 봐도 공부안한 티가 날 법했다. 그러니까 학점을 짜게 받았겠지. 반면 기사나 매체글들은 그것 쓰던 때의 기억이 좀 있으니까, 그런데로 생각도 나고 또 퀄리티도 데스킹을 거쳤으니까 어느 정도는 봐줄만했다.

가장 큰 문제는 스타일이었다. 나는 아무래도 성격도 급하고 오만한 면도 있는지라, 문장도 그걸 그대로 닮는다. 내용을 확실히 마스터하고 있을 때는 자신감있게 써나가고 개념어를 남발해도 어느 정도 수용이 가능한데, 그렇지 않을 때는 읽는 사람을 불편하게 할 것 같다. 너무 튀려고만하고, 성실히 사고하고 침작하게 주제를 검토했다는 느낌은 주지 못한다. 옛날에 나는 의식적으로 좀 튀고 싶어서 이상한 짓도 많이 했다. 그냥 그대로 있다는 걸 참지 못했으니까. 그러나 그렇다고 불성실이나 깊이 없음이 용서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때 차분한 아카데미즘적인 글쓰기를 상당히 싫어했다. 바보같아 보였으니까.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을 침착히 쓰는 사람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방 안에 조용하게 앉아서 생각해보고, 그게 중요한 거라는 것을 깨닫는다. 튀는 글은 잠시일 뿐이지만, 성실한 글은 오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를 쓰는 것 빼고는 최대한 평범하게 글을 쓰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나는 종종 이렇게 멈추어 있으면 안된다, 여기 있으면 갑갑하다는 강박을 느낀다. 사실 나한테 필요한 것은 그 반대다. 이리 튀고 저리 튀는 것을 차분히 자리에 묶어두는 시간이 필요하다. 학교 끝나고 바로 집에 가면 언제나 내가 게으름을 부리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 시간이 절실히 필요함을 느낀다. 올해 1년은 차분히 앉아서 보내는 연습으로 생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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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민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난 내가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글을 써나갈 것입니다.

    2006/04/22 10:48
  2. 선민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네...

    2006/04/2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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