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이 책에 나와있는 얘기가 직관적으로 그렇게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이민자들이 이주한 곳과 고향 사이에 빈번한 네트워크를 만들고, 경제적, 문화적, 정치적 영향력을 일관되게 행사하는 현상은 우리가 흔히 보던 것이다. 다만 지배적인 이민연구는 이러한 역동성을 간과하고 있었는데-이는 인구학이나 서베이를 통한 통합정도 측정에 몰두하던 방법론적 제약 때문일 것이다-이점을 필드워크를 통해서 생생하게 잡아냈다는 가치가 있다. 실제로 세계화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만 경제적 세계화나 (아파듀라이류의) 허황된 세계문화론을 넘어서는 발언들은 별로 없다. 이 책의 장점은 구체적인 사회 공간으로서 초국적성, 혹은 세계성을 그려낸다는 것이다.
그러나 필드워크 자체는 상당히 혼란스럽다. 참여관찰과 (다량의) 질적 인터뷰 중간 쯤에 위치하고 있는 이 연구는 종종 명확한 이론적 지향 없이,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명제를 반복하는데 그치고 있다. 또 이민자들의 네트워크 형성과 상호작용이 미국 사회나 도미니카 사회에 갖는 정치경제적 함의 역시 고려되지 않는다.
오히려 책 보다 이 요약문이 핵심포인트를 잘 지적하고 있다. 마지막 부분, 이주-발전 방정식을 얘기하는 부분이다. 발전론과 역사사회학이 미시적, 변수-중심적 접근에 몰두하는 계량사회학에 대한 반정립이라면, 이민사회학은 거시이론과 담론투쟁에 몰두하는 발전론에 대한 일상적, 직관적, 통계적(가끔은), 실증적 비판이다. Levitt은 [2005. “Building Bridges: What Migration Scholarship and Cultural Sociology Have to Say to Each other.” Poetics. 33(1): 49–62.]에서 그 얘기를 하려다가 슬쩍 문화론으로 빠지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양자 모두 한계가 있긴 하나 Sassen(정치경제학)이나 Soysal(제도주의)의 접근이 그런 측면에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는 미국 학계 내에서 문화사회학이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과도 관련이 있는 문제다. 문화 개념을 튼튼히 하면서 "제도""개인""시장" 등의 틈새를 파고드려는 노력들. 문제는 이러한 노력이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는 큰 관련이 없어보인다는 점이다. 노력과 그에 수반되는 보상을 화끈하게 끌어올리는 완전경쟁시스템은 활발한 연구성과를 낳기도 하지만, 동시에 아카데미처럼 peer-review가 제도화된 곳에서는 분파주의와 사회와 유리된 의미없는 제도들(저널, 연구소, 프로젝트 등등)만을 낳기도 한다. 다시 말해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분파를 구성하는데 집중한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종종 좋은 연구성과들이 "더 나아갈 수 있는데 멈춘다"는 느낌을 주며, 마치 이 정도 뛰었으면 대략 순위권이다는 느낌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다음 : Francesca Polletta, It Was Like a Fever:Storytelling in Protest and Politics,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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